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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폴2 리뷰

by Hoほ 2023. 10. 20.

 

 게임 자체는 쉬웠다. 에이펙스에 몇달을 갈아넣은 나의 인생은 타이탄폴 속에서 빛을 뿜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몹을 잡지 않고도 진행되는 구조라 굳이 잡지 않고 미러스 엣지라도 하는 마냥 플레이 한 덕에 8시간도 안되서 깨고 말았다. 액션은 재밌다. 맵의 기믹도 조작은 복잡하지 않으면서 화면상으로는 뭔가 멋진 걸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해줬다. 

 

 타이탄폴2의 스토리는 명칭, 설정, 세계관에서 그리 친절하지 않다. 이름부터 2를 달고 있는 탓인지 앞서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주기는 하지만 내가 뭐하는 입장인지 말고는 금새 알아채기 힘들다. 무언가 에너지가 중요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듯하며 우리의 기지가 위험한 건 알겠는데 그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게임의 속도만큼이나 스토리의 언급도 빠르게 지나간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 저항군의 리더라는 여자도 막상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bt의 총을 재장전하는 시간보다도 짧다. 하지만 이는 게임의 속도감을 이어가는데 적절한 조치이며 무엇보다 주요 서사를 방해하지 않기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이탄폴2에서 중점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는 나와 bt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적군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무리를 보호하는 일이지만 모든 일들을 주인공은 bt와 해쳐나간다.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이고, 무엇보다 초반 튜토리얼 플레이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낸다. 그러다보니 유저가 집중하게 되는 건 무선으로 들려오는 다른 npc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bt와의 대화다. 아무리 무빙이 필요하고 전투 중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bt에게 돌려줄 선택지를 고를 때는 무얼 고를까 고민하며 플레이했다. bt의 대화만으로도 무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길을 해매는 순간에도 bt가 말을 걸어줬다. 

 우리는 bt를 직접 플레이한다. 그러면서도 bt와 계속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타이탄폴2는 주인공이 두 명인 게임인 셈이다. 그 효과는 어마어마한데, 로봇에게 우리는 간단히 빠져들고 감정이입하게 되어 게임에 크게 집중하게 된다. 다른 서사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쳐낸다는 선택이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FPS라는 장르의 게임이면서도 액션과 동시에 무언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는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