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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스포) 짧) 제레와 브로냐 시나리오 분석

by Hoほ 2023. 5. 9.

 

 야릴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브로냐입니다. 

 브로냐는 벨로보그의 공주님이었으나 개척자와 엮이며 아래로 떨어지고, 아래의 경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각성하는 캐릭터입니다. 야릴로 행성 편의 주인공이 브로냐이지요. 그래서 그만큼 감정을 이입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로냐와 짝을 이루는 제레는 단순한 캐릭터로 설정했지요. 이건 이야기가 복잡하게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층을 대표하는 브로냐와 하층을 대표하는 제레인 만큼 둘의 서사와 과정이 동등하게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층과 하층이 주로 선보이는 부분이 달랐던 만큼 두 캐릭터의 서사의 깊이도 달라지고 말았죠.

 

 이번에 적고자 하는 내용은 불편함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바로 보육원 이야이에서 브로냐가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입니다. 그때 브로냐는 보육원을 보는 순간부터 떡밥을 던지더니, 기어코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고 제레는 옳다구나 완전히 입장을 바꿔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몰입감을 해쳤던 장면이었습니다. 브로냐가 보육원 출신인 건 알겠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에 푹 빠져서는 갑자기 둘도 없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도 대하는 듯이 바뀌어 버리는 제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브로냐는 보육원 출신이다, 라는 설정을 이야기에서 배제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흔히 있는 설정이니까 넣었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왜 그런 설정을 넣게 됐을지 나름대로 써볼까 합니다. 

(한 번 보고 쓰는 만큼 오류가 있을지도 있으니 혹시나 이 글을 우연찮게 보게 된 분이 오류를 눈치채신다면 부디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상층 구역과 하층 구역의 표현 순서

- 상층 구역 : 수호자를 중심으로 한 벨로보그의 보존 및 구원의 이야기 
  > 중심인물 : 쿠쿠리아, 브로냐
- 하층 구역 : 상층 구역과 단절되어 처절한 생활을 영위해가는 이들의 이야기
  > 중심 인물 : 하층 구역 주민 모두 

 야릴로 행성 편의 이야기는 하층 구역으로 떨어진 브로냐가 위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경험들을 살려 벨로루그를 구하는 내용이죠.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의 서사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상층 구역 이야기는 수호자로서 현재 권력을 지닌 쿠쿠리아와 브로냐의 이야기가 주된 서사로 이야기의 뒤에 배치됩니다. 

 하층 구역 이야기는 브로냐와 개척자들이 벨로보그에 대한 여러 문제를 직시하는 사건들을 가득 담고 있어 벨로보그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 앞에 배치되죠. 

 하지만 벨로루그라는 곳을 상, 하로 쪼개고 각각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브로냐와 제레를 등장시킨 만큼 벨로루그라는 서사는 상하의 화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2. 친해져야만 하는 두 사람

 즉, 상층 구역과 하층 구역이 하나로 힘을 합쳐 벨로루그에 닥친 위협에 대항하며 희망을 가지고 보존을 해나간다, 라는 이야기 구조는 브로냐와 제레라는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통해 비유적으로 전달됩니다.  

 그러기 위해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어 힘을 합쳐 벨로루그를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과적으로 상하 구역이 하나로 합쳐야만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에 이야기 구조 상 한계가 존재합니다. 저는 그 한계를 위한 장치가 두 사람의 보육원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3. 브로냐를 알 수 없는 제레

 브로냐와 제레는 유저와 함께 하층 구역에서 많은 경험을 합니다. 그 안에서 브로냐는 상층 구역에서의 삶과 하층 구역의 삶, 자신의 역할에 따른 책임, 두 구역 사이의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직접 목격하고 느끼면서 성장해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하층에 대한 이해에 따라 자연스레 제레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제레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제레의 주 역할은 안내원입니다. 강하고 하층 구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렇기에 하층 구역의 위험한 장소나 사건에 휘말려도 어떻게든 해쳐나올 개연성을 지니게 해줍니다. 하지만 제레에게도 하층 구역의 대표로서 브로냐를 이해해야할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레는 브로냐가 제레를 이해한 것처럼, 브로냐를 이해하기에는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싶이 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상층 구역을 같이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하층 구역에서의 경험은 브로냐가 제레를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제레는 하층 구역에 헌신하는 인물이며 대표격인 인물이기에 하층 구역의 이해는 제레의 이해로 쉽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상층 구역의 대표로 내려온 브로냐를 하층 구역의 인물들은 쉬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상층 구역의 경험이나 그들의 고충을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서벌과 북부로 떠날 때, 상층 구역의 사람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구나... 하는 감상이 나오기 까지 합니다. 즉, 브로냐의 중얼거림이나 행동거지를 제하고는 브로냐를 이해하기 위한 도움이 전무하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가까워지기에는 상층 구역과 하층 구역의 감정의 골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다루고 있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4. 극복의 방법으로서 보육원

 그렇기에 나온 게 브로냐가 보육원 출신이었다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같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동질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까지 오는 길에서 알 수 있었듯, 함께 고향을 잃고 잃어가는 사이라는 연대감을 심어주는 장치로 활용한 것이죠. (덤으로 클라라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기에 합리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레도 옳다구나 하고 브로냐와의 거리를 확 좁히게 됩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을 테니까요. 

 만일, 이러한 방법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여 상층 구역의 탐험을 더 넣었다가는 하층에서 올라와 곧바로 치고 올라가는 속도감을 잃을 뿐더러, 브로냐가 가진 서사의 깊이 만큼 제레의 서사도 그 분량을 요구하게 됩니다.

 브로냐의 하층 구역 경험 - 제레의 상층 구역 경험 -  브로냐의 수호자로서 도약 이라는 플롯은 그 속도감이나 순서라는 측면에서 모양세가 이상적이지 못합니다.

 제레의 이해와 서사가 아무래도 필요했다면, 먼저 제레가 상층 구역을 경험하고 브로냐와 함께 하층 구역으로 내려가는 플롯이 더 이상적이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그 순간만큼은 아쉬운 두 사람

 제레가 브로냐에게 거리를 갑작스레 좁히는 만큼 브로냐도 넓은 마음으로 제레를 받아들여줍니다. 그런데 꼭 이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제레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개기로 보육원 이야기를 마련하고, 브로냐는 조금 더 천천히 제레를 향한 마음을 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 약속이야 일방적으로 행할 때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서 드디어 브로냐가 역시 제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굳게 인정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었어도 괜찮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여담) 그런데 스타레일 가챠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닌가... 그래서 300 풀스택으로 브로냐를 대려오기 위해 조용히 가챠 재화를 아끼고 있답니다. 브로냐가 개인적으로 너무 뽑고 싶은 필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