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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이론, 컨퍼런스

'NDC <메이플스토리2> 시나리오 리뉴얼' 을 보고

by Hoほ 2023. 8. 29.

http://ndcreplay.nexon.com/NDC2017/sessions/NDC2017_0043.html#k[]=시나리오

 

NDC R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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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플스토리2는 기대값에 비해 실패가 가장 적나라한 게임으로 생각된다. 서든어택2 라는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게임이 존재하지만 서든어택2는 pv부터 이미 모두가 의문부호를 머릿속에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 반해 메이플2는 그래픽이나 게임성이 좋아보였다. 실제로 오픈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첫 보스를 잡는 구역은 사람들이 너무 가득해 빈약한 pc 성능을 가진 이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본인도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였고 메이플2가 재밌다고 생각하며 플레이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간단히 말해 해보니 재미가 없는 게임이었다. 

 현재로 메이플2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메이플2는 살아남기 위해 시나리오의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왜 메이플스토리2는 시나리오 리뉴얼을 했는가?
1.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누가 스토리를 보는가?
지속적인 업데잍의 어려움으로 인한 기승전 신규 영웅
수많은 배경 스토리로 인한 기획 차질
유저는 자신만의 색체를 캐릭터에 입히기 어려운 내러티브

2. 메이플스토리2의 이야기는 유저 스스로가 만들어 가도록 하자.
예상과 달리 유저들이 퀘스트에 의존하여 플레이 진행
성장 과정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초반 유저 이탈 - 성장 후반부에 집중시킨 주요 콘텐츠들이 버려짐
깊이 없는 배경설정은 유저들을 후반 콘텐츠까지 끌고가지 못함 

스토리란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가 작품 속에 머물도록 만드는 기본적인 장치 -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 제공

메이플스토리2 시나리오의 문제점은?
온라인 게임이란, 현실에서 느끼기 어려운 만족감을 제공해주는 가상공간

유저가 조연인 환경, 시나리오
PC가 아닌 NPC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 - 유저가 사건의 주체가 되지 못해 의욕 상실
다채로운 이야기 전개를 위한 관계성이 떨어지는 수많은 NPC 사용 - 극의 통일성을 잃고 집중력을 하락
콘텐츠에 녹아드는 설정 요소 부재 - 보상 아이템 등 감성적인 가치를 부여 못해 콘텐츠 생명 연장 실패

어떻게 개선하였는가?
PC중심의 스토리 전개 -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하는 당위성 제공, 몰입감 증가 
주요 NPC들과 PC 간의 직접적인 관계 설정 - 매력적인 NPC들에 대한 몰입감 생성
강력하고 매력적인 주적을 제공 - 캐릭터의 성장 동기 부여와 목표 의식, 성취감 제공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가 어떻게 게임을 즐기게 할 것인가.
개선된 스토리로 전달하는 방법이 아닌, 보다 재미난 플레이 디자인을 고민 

 결국 시나리오 디렉터의 입장에서 메이플스토리2의 실패는 유저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장소를 제공하지 못한 것을 패착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해결 방안으로 보다 세계관과 게임 속 인물들의 관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하며, 동시에 유저들이 주인공이 되도록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나아가 결론으로는 훌륭한 시나리오를 유저들에게 제공하기 보다도, 게임 속의 플레이를 재미나게 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시나리오의 위치를 다시금 확고히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올바른 문제 파악과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이니 만큼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넣어보자면 메이플2는 메이플1과 다른 게임을 지향하는 시스템을 들고 나와서 메이플1의 성공을 따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은 메이플1의 재미가 디아블로2가 주는 재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나를 이끄는 틀이다. 내가 강해짐에 따라 사냥터가 바뀌는데, 이 사냥터의 변화에는 자연스레 스토리의 진행이 따라온다. 그렇게 나는 강해지는 재미만 추구하다보면 어느덧 올바른 스토리를 따라와 끝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는 성장이 주가된 MMORPG의 올바른 모습이다. 

 

 하지만 메이플2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화면 안에 정말 많은 유저들이 상주한다. 블럭도 하나하나 나눠져 있어 공간이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데 하나의 블럭에 딱 맞는 캐릭터들이 각자 제갈길을 가고 있다. 여기서 이미 홀로 꾸역꾸역 성장하는 게임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알 수 있다. 처음 메이플2가 의도했던 유저들이 만드는 이야기를 겨냥한 시스템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저들은 자연스레 많은 다른 유저와 부딪히고 의견을 나누고 캐릭터와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놨다. 그런데 유저들은 우선 메이플1의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그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제목도 메이플2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 후속작이니 만큼 전작의 방향과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은 게 당연하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시키다 보면 이상한 점을 느낀다. 사냥만으로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구간들이 나온다. 특히 보스가 빨리 찾아온다. 혼자 잡는 건 힘든 보스들이다. 유사 레이드를 경험하고 퀘스트를 받아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퀘스트는 게임 속 화면에 큰 변화를 주거나 내 캐릭터에게 무언가 게임 속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유저들은 당연하게도 그저 사냥만 반복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해나간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메이플2의 시스템은 누가 보더라도 마영전이나 던파와 같은 구조라고 생각된다. 퀘스트를 받고 보스를 잡는 식이기 때문이다. 메이플1은 그렇지 않았다. 보스라는 존재도 뒤늦게 나왔으며, 발록 또한 필드 몬스터에 불과했다. 그런데 유저들은 메이플1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이어간다. 게임에서 어떤 방향도 잡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게임의 시스템을 유저에게 알렸어야 했다. 그게 메이플2의 강점이지만 그러지 못하고, 위의 강연처럼 유저들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후반에 소비할 성장 콘텐츠를 몰아넣었다. 유저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 먼저 여러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단순한 사냥을 반복하는 성장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렸어야 했다. 준비해둔 초반 콘텐츠들이 사냥을 반복하는 유저들에게 금새 동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시나리오만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저가 주인공인 세계관으로 만드는 걸 내세웠지만 사실 이렇게 많은 유저들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세계의 주인공으로 유저를 느끼게 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메이플2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잘 모르지만 이러한 구현된 시스템과 메이플이라는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개발진이 유도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플레이 방향이 어우러지지 않은 결과로 아직까지 메이플2가 인기없는 게임으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 측의 보다 주도적인 모습이 부족했던 아쉬운 사례라고 생각한다.